재무제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언제나 인건비입니다.
당신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위 'A급 인재'들을 영입했습니다. 그들의 이력서는 화려했고, 인터뷰에서의 통찰력은 날카로웠습니다. 경영진의 기대는 단순하고 명확했습니다. "이 정도 연봉을 줬으니, 알아서 성과를 만들어오겠지."
하지만 분기 말이 되면 의문이 듭니다. 조직의 인원 수는 늘었고 고정비는 급증했는데, 왜 제품 출시 속도는 그대로인가? 왜 혁신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가?
대부분의 경영진은 여기서 '채용의 실패'를 의심합니다. "사람을 잘못 뽑았나?" 혹은 "역시 대기업 출신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라며 개인의 태도를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진단해 봅시다. 이것은 인재의 품질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고가의 설비를 들여놓고 전원 스위치를 켜지 않은, 자원 운용(Resource Allocation)의 실패입니다.
1. 비싼 기계를 공회전시키는 공장
제조업에서 수십억 원짜리 정밀 기계를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공장장은 그 기계를 단순히 공장 한구석에 두지 않습니다. 전력을 연결하고, 소프트웨어를 세팅하고, 영점이 맞는지 매일 확인합니다. 기계의 가동률(Utilization)이 떨어지면 즉시 원인을 찾아 해결합니다. 그것이 자본 효율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식 산업에서는 유독 이 관점이 무시됩니다.
연봉 1억 원의 개발자나 기획자를 채용해 놓고, 그들이 '무엇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를 방치합니다.
- 그가 지금 회사의 전략적 목표와 무관한 레거시 코드를 수정하느라 3일을 썼다면?
- 불명확한 지시 때문에 엉뚱한 기획안을 만드느라 일주일이 날아갔다면?
이것은 인재의 무능이 아닙니다. 조직이 인적 자원(Human Capital)의 가동 방향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최고의 스포츠카를 꽉 막힌 시골길에 방치해 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공장을 지어놓고 기계를 돌리지 않는 상태. 높은 연봉을 받는 인재가 '정렬되지 않은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면,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허공에 태우고 있는 셈입니다.
2. 1on1은 관계 유지가 아니라, ‘가동률’을 높이는 튜닝 과정이다
많은 리더들이 1on1(원온원)을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달래주는 시간'으로 오해합니다. 바쁜 임원들이 1on1을 기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감정 노동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1on1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1on1은 고가 자산인 인재의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정밀 튜닝(Tuning)' 과정입니다.
기계와 달리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아주 미세한 소통의 오차만 있어도,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 질주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주간 혹은 격주로 진행되는 1on1 미팅은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하여 인건비 ROI를 방어하는 장치입니다:
- 우선순위 재설정(Prioritization): 지금 이 인재가 가장 비싼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임팩트를 내는 곳에 쓰고 있는가?
- 병목 제거(Unblocking): 그의 퍼포먼스를 제한하는 시스템적/환경적 장애물은 무엇인가?
- 방향성 동기화(Alignment):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실행이 정확히 일치하는가?
이 튜닝 과정이 생략된 조직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모두가 야근하며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회사가 원하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 현상입니다.
3. 방임은 신뢰가 아니라 가장 비싼 비용이다
"나는 직원을 믿고 맡긴다"는 말은 종종 리더의 직무 유기를 포장하는 말로 쓰입니다. 목표만 던져주고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자율'이 아니라 '방치'입니다.
특히 A급 인재일수록 피드백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원하며, 장애물이 있을 때 리더가 즉각적으로 제거해주기를 바랍니다.
1on1이라는 튜닝 시스템이 없는 조직에서 A급 인재는 두 가지 선택을 합니다. 자신의 판단대로(회사의 의도와 다르게) 일하거나, 아니면 좌절감을 느끼고 조용히 이직을 준비합니다.
어떤 경우든 회사에게는 막대한 손실입니다. 잘못된 작업으로 인한 기회비용, 혹은 다시 채용하고 교육해야 하는 대체 비용. 이 모든 비용은 리더가 주 30분, 튜닝을 위한 시간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청구서입니다.
1on1을 하지 않아서 아낀 시간은, 나중에 프로젝트 실패 비용과 핵심 인재 이탈 비용으로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손익 계산의 문제입니다.
4. 성과를 통제하는 리더 vs 운에 맡기는 리더
이제 인건비 ROI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성과는 채용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는 채용된 자원이 최적의 상태로 가동될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시장의 흐름은 명확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과거의 관성에 머무는 조직은 여전히 "좋은 사람을 뽑으면 해결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인건비만 늘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과가 안 나오면 사람을 탓하고, 다시 채용 시장을 기웃거립니다.
반면, 앞서가는 조직은 1on1을 필수적인 경영 시스템으로 정착시켰습니다. 그들은 인재가 어디에 막혀 있는지, 에너지가 어디로 새고 있는지를 매주 확인하고 조율합니다. 그 결과, 같은 인건비를 쓰고도 더 빠르고 정확한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당신의 조직에 있는 고가의 인적 자원들, 지금 최적의 가동률로 돌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튜닝되지 않은 채 소음만 내며 공회전하고 있습니까?
판단은 계산기를 쥔 당신의 몫입니다.




